"야구공만 하얬다" 니그로 리그, 어둠 뚫고 마침내 MLB 역사 속으로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 입력 : 2024.06.11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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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MLB 시애틀-시카고 화이트삭스의 경기가 열린 T-모바일 파크에 '니그로 리그의 날' 행사 문구가 표출되고 있다./AFPBBNews=뉴스1
1920년부터 1948년까지 미국에서 흑인 야구 선수들을 대상으로 운영됐던 '니그로 리그'에 대한 설명 가운데 가장 슬픈 문구는 '오직 야구공만이 하얀색이었다(Only the ball was white)'이다. 이 표현에는 야간 조명 시설도 없는 어두컴컴한 경기장에서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묶어서 경기를 펼쳤던 흑인 야구 선수들의 애환이 그대로 묻어난다.

지난 5월 29일(한국시간)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는 니그로 리그에서 활약했던 2300명에 달하는 흑인 선수들의 기록을 공식적으로 산입했다. MLB는 지난 2020년 니그로 리그의 기록 인정을 결정하고 17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만들어 니그로 선수에 대한 기록을 검토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이에 따라 오랫동안 MLB에서 난공불락의 기록으로 평가됐던 몇 부문은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대표적인 것은 통산 타율과 장타율 부문이다. MLB 통산 타율 1위는 '타격의 신'으로 불렸던 타이 콥(1886~1961)의 0.366이었다.

하지만 MLB가 2년 여의 면밀한 검토 끝에 니그로 리그의 기록을 공식적으로 포함시키면서 미국 프로야구 통산 타율 1위는 조시 깁슨(1911~1947)으로 바뀌게 됐다. 그의 통산 타율은 0.372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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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시 깁슨. /사진=MLB.com 캡처
깁슨은 통산 장타율 부문에서도 베이브 루스(1895~1948)의 기록을 갈아치우게 됐다. 영원한 홈런왕 루스의 통산 장타율은 무려 0.690이었다. 하지만 니그로 리그 선수 시절 '검은 베이브 루스'로 불렸던 깁슨의 통산 장타율은 0.718이다.


만약 MLB에서 뛸 기회가 주어졌더라면 미국 야구를 대표하는 타자가 됐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깁슨은 단일 시즌 타율에서도 1위에 오르게 됐다. 그는 니그로 리그 팀 워싱턴 홈스테드 그레이스에서 활약하던 1943년에 시즌 타율 0.466을 기록했다. 지금까지 이 부문 1위를 차지하고 있던 선수는 휴 더피(1866~1954)로 1894년 보스턴 빈이터스 소속으로 타율 0.440을 기록했다. 깁슨은 1947년 재키 로빈슨(1919~1972)이 흑인 선수로는 최초로 MLB에서 뛰게 된 역사적인 경기가 펼쳐지기 몇 달 전에 세상을 떠났다.

MLB는 이번 니그로 리그 선수들의 기록 공식 산입을 기념하기 위해 각종 행사를 펼칠 예정이다. 이정후가 소속돼 있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선수들은 오는 21일(한국시간) 니그로 리그 유니폼을 입고 출전한다. 이 경기는 한때 니그로 리그 야구팀 버밍엄 블랙 배런스의 홈구장이었던 앨라배마주 버밍엄 소재의 릭우드 필드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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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샌프란시스코 홈 구장에서 만난 윌리 메이스(왼쪽)와 배리 본즈.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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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 메이스(왼쪽)가 2015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 자유훈장을 받고 있다. /AFPBBNews=뉴스1


이유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전설적 스타인 윌리 메이스(93)가 1948년 버밍엄 블랙 배런스에서 활약했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전신인 뉴욕 자이언츠의 1954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중견수 메이스는 당시 클리블랜드와 시리즈 1차전에서 결정적인 호수비를 펼치는 등 대활약했다.

니그로 리그는 1947년 로빈슨 이후 흑인 선수들이 MLB에서 뛸 수 있게 되면서 선수 부족과 재정난 때문에 1년 뒤인 1948년 문을 닫았다. 하지만 MLB는 흑인 선수들의 대활약에 힘입어 흑인 팬덤을 늘릴 수 있었고 진정한 미국의 국기로 발전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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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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