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농구 남녀 모두 파리행' 한국이 배워야 할 '저출산 시대' 발빠른 대응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 입력 : 2024.07.03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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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자 농구 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2월 파리올림픽 본선 티켓을 따낸 뒤 기뻐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최근 일본 미디어에서 스포츠와 관련해 자주 언급되는 부분은 쇼시카(少子化)다. 이는 출산율 저하를 의미한다. 일본은 2023년 합계 출산율이 1.26명을 기록했다. 이같은 저출산 시대를 맞아 일본 중학교와 고등학교 운동부에 가입한 학생 수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본 스포츠의 요람이었던 학교의 역할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선수가 부족해 구기 종목의 경우는 팀 자체를 꾸리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종목은 15명이 한 팀을 이뤄야 하는 럭비였다. 상대 팀이 없어 지역예선을 치르기도 어려운 상황이 속출했다. 이런 이유로 럭비를 즐기고자 하는 학생들을 위해 학교가 아닌 지역 럭비 클럽들이 적지 않게 생겨났다.


일본 최고 인기 스포츠인 야구도 이 지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023년 일본고교야구연맹 집계애 따르면 고교야구 팀은 3818개로 2022년에 대비해 39개교가 줄어들었다. 더 심각한 부분은 고교야구 선수 수가 2014년부터 2023년까지 9년 연속 감소했다는 사실이다. 2023년 일본 고교야구 선수는 모두 12만 8357명으로 2014년 17만 312명에 비해 4만 1955명 줄어 들었다.

저출산 시대가 만든 학교 스포츠의 위기 속에서 일본 스포츠 가운데 가장 발빠른 대응을 하고 있는 종목은 농구다. 일본 농구도 다른 구기종목과 마찬가지로 학교 스포츠의 위기 때문에 유망주 발굴에 고전하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일본농구협회는 최근 여러가지 개혁 정책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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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9월 오키나와에서 열린 농구 월드컵에 출전한 일본 남자 농구 대표팀 선수단. /AFPBBNews=뉴스1
일본농구협회는 유소년들에게 농구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 위해 지난 2022년 '키즈 서포터'를 신설했다. 농구 코칭 라이선스의 한 종류인 키즈 서포터는 10세 이하 초보자에게 농구의 즐거움을 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2023년에만 1149명이 키즈 서포터 자격을 취득했다.


일본농구협회는 또 지난 2018년부터 초등학교 전국 미니 바스켓 대회에서 결승 토너먼트 제도를 없앴다. 토너먼트로 일본 최고의 초등학교 농구 팀을 선발하는 방식이 아닌 대회 참가 팀(남녀 각 47개)이 각각 3경기만을 치르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 같은 변화에는 승패보다 어린 농구 유망주들에게 농구를 즐기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아울러 초등학교 농구에서 지역 방어도 금지시켰다. 팀 전술보다는 개인 드리블, 패스 능력과 수비 능력 향상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2023년에는 전국 고교 팀 가운데 톱 클래스만이 참가할 수 있는 톱 리그도 창설했다. 각각 남녀 8개교가 리그전 형태로 경기를 펼친다. 일본 고교 농구의 중심에는 지금까지 인터하이로 불리는 전국고등학교총합체육대회를 포함한 3대 토너먼트 대회가 있었다.

하지만 고교 농구 토너먼트 대회는 21세기에 들어오면서 문제점이 많이 노출됐다. 지역 예선 토너먼트에서 고교 팀들의 경기력 수준이 양극화하면서 볼 만한 경기가 거의 없었다. 취미로 농구를 하는 6~7명의 선수를 데리고 대회에 참가하는 팀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엘리트 농구 선수 육성을 목표로 하는 고교 팀들은 실력이 엇비슷한 팀간의 치열한 경기를 원했다. 이에 일본농구협회는 향후 일본 농구를 대표할 수 있는 유망주 육성을 위해 톱 리그를 따로 만들어야 했다.

2023년 톱 리그에 참가한 나가노현 도카이대(大) 수와고교의 농구부 주장은 "강호와 리그전 형태로 경기를 많이 하게 되면서 우리 팀의 현재 실력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고 토너먼트 대회보다 훨씬 더 진지한 승부의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톱 리그의 장점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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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일본 여자 농구 대표팀 선수들. /AFPBBNews=뉴스1
톱 리그 제도 신설을 비롯한 정책적 변화는 일본 농구 성장에 새로운 동력을 제공할 전망이다. 일본은 남녀 대표팀이 모두 2024 파리 올림픽 본선 무대에 진출했고 특히 여자 농구는 지난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했을 정도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저출산 문제는 일본 구기 종목에 큰 영향을 미쳤다. 오랫동안 야구부, 축구부, 농구부를 지원해 왔던 학교들도 학령 인구 감소에 따라 운동부를 없애야 했다. 대신 이런 학교에서는 다양한 스포츠를 취미로 즐기려는 학생들을 위해 트레이닝 스포츠 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추세다. 주 2회 운영되는 이 클럽의 운영 목적은 경기 출전이나 대회 참가가 아니라 친구들끼리 스포츠 활동을 하도록 장려하는 것이다.

생활 스포츠의 확산이라는 측면에서 트레이닝 스포츠 클럽은 의미가 크다. 하지만 엘리트 스포츠의 발전을 위해서는 일본농구협회가 추진한 정책과 같은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현실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은 2023년 기준으로 합계출산율이 0.72명으로 일본보다 낮다. 여기에 중·고교가 생활 스포츠 확산과 엘리트 스포츠 발전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고, 남녀 농구 모두 이번 파리올림픽 본선행에 실패했다. 한국이 일본 농구의 변화에 더욱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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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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