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간 단 3번' 박병호-강정호-최정에만 허락됐던 레이스, 新 국대 거포의 당찬 도전장 "끝날 때까지 포기 안 해"

고척=김동윤 기자 / 입력 : 2023.09.25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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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시환(가운데)이 2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국가대표팀 훈련에 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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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시환./사진=한화 이글스
"홈런왕은 하늘이 내려주는 것 같아요."

2023시즌 KBO리그 홈런왕이 시즌 종료 시점에서야 가려질 전망이다. 홈런 부문 1위에 이름을 올려두고 잠시 한국을 떠나는 노시환(23·한화 이글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노시환은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국가대표팀 공개 훈련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내가 빠져 있는 동안 최정 선배가 몇 개의 홈런을 더 치실지는 모르겠지만, 많이 안 치셨으면 좋겠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올 시즌 KBO리그 홈런 부문은 신·구 거포 슬러거의 맞대결로 주목을 받았다. 먼저 앞서 나간 것은 KBO리그 우타자 역대 홈런 1위이자 홈런왕 3회 수상(2016년, 2017년, 2021년)의 '살아있는 전설' 최정(36·SSG 랜더스)이었다. 노장의 반열에 들어선 나이에도 6월에만 11개의 홈런을 몰아치며 '18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이란 자신만의 KBO리그 대기록을 경신했다.

그런 최정을 상대로 젊은 거포 노시환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2019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3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노시환은 프로 5년 차인 올해 그 재능을 만개했다. 5월부터 홈런 개수를 늘리기 시작하더니 전반기 종료 시점에서는 최정과 홈런 공동 1위(19개)로 발을 맞췄다. 후반기 들어서는 7홈런에 그친 최정과 달리 노시환은 8월에만 8개의 대형 아치를 쏘아 올리며 차츰 차이를 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앞서 나가는 상황에도 노시환은 결코 안심할 수 없었다. 이달 23일부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차출돼 결승전이 치러지는 10월 7일까지 최대 15일 동안 KBO리그에 나설 수 없기 때문. 그 탓에 9월 2일 잠실 LG 트윈스전부터 15경기 연속 홈런을 추가하지 못한 것은 노시환의 마음에도 큰 부담으로 남았다. 다행히 대표팀으로 떠나기 전 마지막 경기인 대전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홈런을 추가했고 정규 시즌 성적을 126경기 타율 0.298(494타수 147안타) 31홈런 99타점 83득점, 출루율 0.389 장타율 0.549로 일단락 짓고 홀가분하게 합류할 수 있었다.

노시환은 "사실 대표팀 오기 전에 타격감이 많이 안 좋아서 걱정했다. 방망이가 너무 안 맞아서 나름대로 스트레스가 있었다"며 "하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타이밍이나 감을 잡고 와서 기분 좋게 훈련하러 올 수 있었다"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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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최정(왼쪽)과 한화 노시환. /사진=SSG 랜더스, 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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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박병호, 강정호, 최정. /사진=OSEN, SSG 랜더스


변수는 노시환이 없는 보름 동안 최정이 얼마나 따라잡을 수 있는지다. 최정은 24일 경기 종료 시점에서 121경기 타율 0.296, 26홈런 84타점 89득점, 출루율 0.385 장타율 0.539를 기록 중이다. 더욱이 최정은 지난 6월의 모습에서 보이듯 몰아치기에 능해 홈런 1위를 두고 그의 관록에 기대하는 시선도 많았다.

하지만 또 다른 변수가 팬들로 하여금 홈런왕 레이스에서 끝까지 시선을 떼지 못하게 하고 있다. 최정은 지난 23일 인천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허리에 통증을 느껴 24일 경기에도 결장했다. SSG에 따르면 최정의 허리 부상은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될 정도는 아니며, 경기 후반 대타로도 나설 수 있는 보호 차원의 휴식이었다. 상태는 심하지 않으나, 치열한 5강 싸움이 한창인 SSG에 있어 최정의 복귀는 섣부르게 결정할 사안은 아니다. 최정의 입장에서도 완전히 나은 상태가 돼야 마음껏 담장 밖을 향해 날릴 수 있다.

갈수록 우타 거포가 사라지는 한국 야구에서 최정과 노시환의 신·구 홈런왕 레이스는 KBO리그의 흥행과 성장 측면에서도 반가운 일이다. 2010년 이후 토종 우타 거포들이 홈런 1, 2위를 차지한 시즌은 2012시즌 박병호(31홈런)-최정(26홈런), 2014시즌 박병호(51홈런)-강정호(40홈런), 2019시즌 박병호(33홈런)-최정(29홈런)으로 3시즌뿐이었다. 박병호가 메이저리그 도전으로 잠시 한국을 떠났을 때(2016~2017년)는 최정 홀로 외국인 타자들과 우타 거포의 자존심을 걸고 맞서야 했고, 그마저도 익숙한 1980년대생들의 각축전이었다.

2000년생 노시환은 13년간 박병호, 강정호, 최정 3명에게 단 3번만 허락됐던 그 레이스 판도를 끝내려 한다. 그는 "(아시안게임에) 다녀와서도 내가 홈런 1위를 하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웃으면서 "대표팀 경기 끝나고 와서도 바로 경기에 나갈 생각이 있다. 최대한 끝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할 것"이라고 홈런왕을 향한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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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노시환(왼쪽). /사진=김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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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시환./사진=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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