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등판마다 마음 졸이던 외할머니" 두산 김동주, 올 시즌 최고의 피칭 '팔순 선물'로 보답했다 [고척 현장]

고척=김동윤 기자 / 입력 : 2024.06.15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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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동주가 15일 고척 키움전을 마치고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두산 베어스 우완 투수 김동주(22)가 외할머니의 아낌없는 사랑을 올 시즌 최고의 피칭을 보답했다.

두산은 1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펼쳐진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에서 키움에 4-1로 승리했다.


3연승을 달린 두산은 40승 2무 30패로 치열한 선두 싸움을 이어갔다. 4연패에 빠진 키움은 26승 41패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상대 선발 투수는 이날 경기 전까지 13경기 7승 4패 평균자책점 3.68의 외국인 선수 엔마누엘 헤이수스. 그에 비해 김동주는 올 시즌 10경기 1승 1패 평균자책점 6.49로 부진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선발 매치업에서 밀렸다.

하지만 예상 밖의 경기 내용이 펼쳐졌다. 헤이수스가 매 이닝 볼넷을 주고 안타를 맞으며 득점권 위기를 맞이한 반면, 김동주는 4회까지 안타 하나만 허용할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펼쳤다. 5회 말 고영우의 내야 안타, 김재현의 희생번트로 쥐어짠 기회를 베테랑 이용규가 1타점 적시타로 살려 1실점 했을 뿐, 그 후에도 이주형을 헛스윙으로 돌려세우며 위기를 벗어났다.


6회 시작 전 이영하와 교체됐고, 총 69구(직구 28구, 슬라이더 26구, 포크 11구, 커브 4구)를 던지면서 5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1실점 피칭을 했다. 최고 구속은 시속 146㎞였다. 올해 10경기에서 매 경기 사사구를 내주던 김동주였으나, 이날은 총 69구 중 46구가 스트라이크일 정도로 제구가 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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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동주.


경기 후 만난 김동주는 "(사사구가 없는 것에 대해) 잘 되는 날은 뭐든 다 잘 되는 것 같다. 비결은 딱히 없고 퓨처스리그에서 (제구를) 좀 다듬고 온 것이 컸던 것 같다. 하체와 몸통 쓰는 법을 많이 연습했다"며 "일찍 내려와서 조금 아쉬웠는데 내 뒤에 좋은 선배님과 형들이 많아서 믿고 내려왔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 시즌 두산은 5선발 찾기에 여념이 없다. 최근에는 최준호가 5월 5경기 평균자책점 3.60으로 치고 올라온 상황. 이에 김동주는 "당연히 더 좋은 기량을 지닌 선수가 선발로 가야 한다. 가서 이닝을 많이 소화하고 잘 던져서 팀이 이기는 게 먼저"라면서 "(최)준호가 너무 잘 던져서 '내 자리를 빼앗기면 어쩌지'라는 생각을 당연히 했다. 하지만 올해는 '언젠가 누가 내 자리를 차지한다'가 아니라 일단 돌아가면서 좋은 사람이 한두 경기씩 던지고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괜찮다. 다음에도 선발 기회를 주시면 감사히 던질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마침 이날은 김동주 외할머니의 팔순 생일이었다. 팔순 생일을 맞아 외할머니가 계신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온 가족이 모였다는 후문. 김동주는 "외할머니가 원래 야구의 '야'자도 모르셨는데 나 때문에 엄청 전문가가 되셨다고 들었다. 내가 등판할 때마다 마음을 졸이면서 밥도 제대로 못 드시고 했다는데 오늘 엄청나게 잘하진 않았지만, 평소보단 훨씬 잘했던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못 던졌으면 가족들 모두 마음이 아프고 침울했을 것 같다. 숫기가 없어서 경기 전에 외할머니께 전화를 못 드렸는데 끝나고 드려야 할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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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스포츠부 김동윤입니다.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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