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율 3할 밑으로 내려가면 자르려고요" 아내가 반대한 뒷머리, 새신랑에게도 지킬 명분이 생겼다

고척=김동윤 기자 / 입력 : 2024.06.16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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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송성문이 15일 고척 두산전을 앞두고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올 시즌 공·수에서 팀을 이끄는 주장 송성문(28·키움 히어로즈)에게 좋은 성적을 유지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송성문은 봉천초(용산구리틀)-홍은중-장충고 졸업 후 2015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5라운드 49순위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에 지명돼 올해로 프로 10년 차를 맞았다. 데뷔 때부터 꾸준히 1군에 출장했고 최근 2년 동안은 키움 홍원기 감독의 믿음 아래 풀타임 시즌을 뛰면서 마침내 그 잠재력을 터트리고 있다.


15일 경기 종료 시점으로 65경기 타율 0.323(217타수 70안타) 9홈런 48타점 31득점, 출루율 0.386 장타율 0.516 OPS(출루율+장타율) 0.902로 로니 도슨, 김혜성과 함께 키움 타선을 이끌고 있다.

송성문 스스로 올해 호성적의 이유로 기술적인 변화를 꼽았다. 2년 전 허문회(52)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에게 일대일 코칭을 받은 것이 마침내 체화됐다는 것이 송성문의 설명. 허문회 전 감독은 2013년부터 2019년까지 히어로즈에서 타격코치 및 수석코치로 재임하면서 송성문과 인연을 맺었다.

송성문은 "2022시즌이 끝나고 허문회 코치님께 부탁을 드려서 조언받았다. 내가 원래 타격할 때 중심이 빨리 빠지는 부분이 있어 스윙을 돌릴 때 깎여 맞는 타구가 엄청나게 나왔다. 그래서 내야 뜬 공 타구가 정말 많이 나오고 배트 스피드적인 면에서도 손해를 보고 있었다. 그 부분을 허문회 코치님을 통해 수정했고 지난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올해가 돼서야 비로소 내 것이 된 느낌을 받았다. 2년 동안 꾸준히 고친 걸 밀고 나가다 보니 올해는 수치상으로도 나오는 것 같다. 타구 속도가 많이 빨라졌고 공에 힘을 전달하는 부분에서도 많이 늘어서 내야 뜬 공 비율이 줄고 장타도 전체적으로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오윤(43) 키움 1군 타격코치의 공도 컸다. 허문회 전 감독이 기술적인 부분을 조언했다면 오윤 코치는 송성문의 성격을 파악해 타격 어프로치를 바꿨다. 송성문은 "허문회 코치님께 배운 걸 꾸준하게 체화하고 오윤 타격코치님의 말을 잘 들었다. 내가 평소 걱정이 많아 타석에서도 소극적인 성향이 강했는데 오윤 코치님이 그런 부분이 보일 때마다 빨리 캐치해서 공격적으로 하라고 해주신다. 덕분에 올해는 슬럼프가 있어도 길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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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성문.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최근에는 김혜성으로부터 주장직을 이어받고 4번 타자의 중책을 맡으면서도 흔들리지 않아 키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주장이 체질이 아니었나'는 말도 나온다. 홍원기 감독 역시 15일 고척 두산전을 앞두고 "송성문이 주장과 4번 타자로서 팀의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다. 수비도 1루와 3루를 오고 가면서 중요한 역할을 해주고 있는데 감독으로서 굉장히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팀원들을 잘 이끌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칭찬했다.

송성문도 요즘 야구장에 나오는 것이 즐겁다고 말한다. 15일 고척 두산전을 앞두고 만난 그는 "확실히 예년에 비해 스트레스를 덜 받고 있다. 결혼하고 주장도 되니 책임감도 더 생겼다"고 전했다.

그리고 송성문에게는 지금의 성적을 유지하고픈 이유가 하나 더 있다. 프로 10년 만에 처음으로 뒷머리를 기르고 있는 송성문은 그동안 짧고 단정한 머리 스타일을 고수해왔다. 알고 보니 장충고 2학년 시절 후배의 소개로 만나 10년 열애 후 지난해 12월 결혼한 아내의 취향이 반영된 것.

새신랑 송성문은 "아내가 뒷머리 기르는 걸 싫어한다. 사실 난 뒷머리를 기르면 남성미가 좀 있어 보여서 예전부터 기르고 싶었는데 아내는 깔끔한 게 좋다고 항상 말렸었다. 물론 아내의 취향도 있었지만, 나도 야구도 안 되는데 뒷머리까지 있으면 답답해서 잘랐다"고 뒷이야기를 밝혔다.

하지만 올해는 명분이 생겼다. 송성문은 "시즌 전에 아내에게 장난으로 '타율 3할 치면 기르게 해줘'라고 했는데 3할을 유지하고 있어서 명분이 생겼다. 하지만 3할 밑으로 떨어지는 순간 바로 자를 생각이다. 다른 사람들은 다 괜찮다고 하는데 아내 눈에는 지저분해 보이는 모양이다. '오빠는 깔끔한 게 더 예쁘다'고 한다. 다행히 올해는 아직은 성적이 잘 나오고 있어 자르지 않고 있다"고 활짝 웃었다.

송성문 커플은 오랜 연애에도 여전히 스프링캠프 시기마다 떨어지는 걸 아쉬워하는 잉꼬부부로 주위에 잘 알려져 있다. MBTI가 F인 아내가 송성문에게만큼은 T처럼 행동해 많은 위로가 됐다고. 잘하는 올 시즌도 아내의 현실적인 조언은 송성문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송성문은 "잘한 날은 자기 일처럼 정말 좋아해 준다"고 미소 지으면서도 "내가 못 하는 날이면 올해는 잘하고 있어서 그런지 '너무 욕심내지 말자, 언제부터 잘했다고!'라며 약간 T가 섞인 말로 이야기한다. 그러면서도 '3할이면 잘하고 있으니까 스트레스 받지 마'라고 달래주는데 힘을 많이 얻는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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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송성문이 15일 고척 두산전을 앞두고 뒷머리를 자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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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스포츠부 김동윤입니다.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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