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그만두려 했다" 은퇴 고민한 日 독립리거 대반전, 1년 만에 KBO 블루칩 급부상 [잠실 현장]

잠실=김동윤 기자 / 입력 : 2024.06.2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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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카와 케이쇼. /사진=SSG 랜더스 제공
당장 지난해만 해도 현역 은퇴를 고민하던 일본의 독립 리그 선수가 KBO 리그 복수 팀들이 계약을 고민하게 하는 블루칩으로 급부상했다. '포테이토짱' 시라카와 케이쇼(23·SSG 랜더스)의 이야기다.

SSG 이숭용 감독은 28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을 두고 "지금 다른 고민을 해야 하는데 (시라카와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일단 시라카와의 계약 문제는 이번 주까지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시라카와는 SSG가 왼쪽 내복사근 부상으로 이탈한 로에니스 엘리아스(36)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지난달 22일 총액 180만 엔(당시 환율 기준 약 1570만 원)에 영입한 우완 투수였다. 일본 도쿠시마현 태생으로 2020년 일본 독립리그 도쿠시마 인디고삭스에 입단해 3년 연속 개막전 선발투수로 출전한 에이스 출신이었다.

영입 당시 기대가 크지 않았으나. 5경기 2승 2패 평균자책점 5.09로 KBO 리그에 순조롭게 연착륙했다. 본인이 긴장했던 7일 부산 롯데전 1⅓이닝 8실점(7자책) 경기를 제외하면 평균자책점이 2.49까지 낮아졌다. 예상 밖 호투에 SSG는 시라카와와 계약 만료를 앞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외국인 선수 고용 규정에 따르면 기존 외국인 선수(엘리아스)가 복귀할 시 대체 외국인 선수(시라카와)는 다른 외국인 선수로 교체하거나, 웨이버로 계약을 해지해야 한다.

시라카와의 계약은 7월 4일까지로 SSG는 이번 주말까지 결정을 미뤘다. 이 감독은 "어제(27일) 경기 끝나고 프런트와 30~40분 토론했고, 오늘(28일)은 코치진과 토론했다. 편하게 결정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고민이 크다. 모두의 이야기를 다 들어보니 머리가 더 복잡해진다"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선수와 대화도 필요했다. 아직 SSG는 결정을 내리진 않았지만, 시라카와 본인의 이야기도 들었다. 시라카와는 일본프로야구(NPB) 데뷔를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었고, 계약 연장을 위해서는 선수의 의지도 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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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카와 케이쇼. /사진=SSG 랜더스 제공


대화 과정에서는 뜻밖의 이야기가 나왔다. 이 감독은 "시라카와가 사실 지난해 야구를 그만두려 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아버지께 1년만 더 해보겠다고 해서 한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주제넘은 소리일 순 있지만, 포기하지 말고 계속하라고 했다. 충분히 경쟁력이 있고 일본에서도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고 말했다.

현역 은퇴를 고민한 것도 자신의 꿈이었던 NPB와 관련이 있었다. 경기 전 만난 시라카와는 "일본 독립 리그에서는 4년을 뛰는 선수가 많이 없다. 나도 지난해 독립 리그 3년 차에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고 생각했는데 신인드래프트에서는 지명받지 못해 그만두려 했다. 하지만 부모님께 잘 말씀드려서 조금 무리해서라도 1년을 더 하고 싶다고 해서 뛰게 된 것"이라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 뒤 KBO 리그에 데뷔했고 해외 진출과 프로 무대 승리의 결실을 한 번에 맛봤다. 그뿐 아니라 계약 만료를 앞두고 원소속팀이 SSG와 최근 외국인 선수 브랜든 와델의 부상으로 두산까지 영입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 프로 지명도 받지 못한 때와 비교하면 상전벽해에 대반전 시나리오다.

시라카와는 "KBO에 처음 올 때만 해도 아주 두려웠는데 하다 보니 괜찮아지고 있다. (야구 인생에 있어) 선택지가 더 늘어난 느낌"이라며 "한국에 와서 프로의 선배님들이 많이 챙겨주시고 조언해주시는 모습이 제일 좋았다. 아직 택시도 혼자서는 못 부를 정도로 한국어가 되지 않아 생활에 불편함은 있지만, 차츰 적응해 나가고 있다. 아직 상대하지 못한 다른 네 팀도 상대해 보고 싶지만, 선발이기 때문에 팀 사정에 맞춰야 한다. 최대한 팀에 공헌하는 방향으로 가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면서 "한국 팬들에게 이렇게까지 환영받을 줄은 몰랐다. 아직 이런 분위기가 낯설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많이 어색하긴 한데 기쁜 마음이 더 크다"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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