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승왕 외인이 소속팀 없이 KBO 복귀만 1년 준비하다니... 시라카와 두산행도 장담 못 한다

잠실=김동윤 기자 / 입력 : 2024.07.01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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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에릭 요키시가 지난해 6월 고척 두산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절대(Never)라는 말은 없다. 미래를 단언하지 않겠다."

1년 전 한국으로의 복귀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그가 남긴 말은 괜한 것이 아니었다. KBO 다승왕 에릭 요키시(35)가 대체 외국인 선수 제도를 통해 한국 복귀를 노린다.


미국 일리노이주 출신의 요키시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서 활약하다 2019년 총액 50만 달러에 키움 히어로즈에 입단했다. 연봉이 저렴했음에도 데뷔 시즌부터 30경기 13승 9패 평균자책점 3.13, 181⅓이닝 141탈삼진으로 키움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기여하며 KBO 리그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2020년에는 27경기 12승 7패 평균자책점 2.14로 평균자책점 1위, 2021년에는 31경기 16승 9패 평균자책점 2.93으로 다승왕을 차지하며 장수 외인으로서 나아갈 토대를 닦았다. 2022년에는 승운이 따르지 않았음에도 30경기 10승 8패 평균자책점 2.57로 키움을 다시 한번 한국시리즈 무대에 올려놓았다.

요키시와 키움의 인연은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종료됐다. 지난해 6월 6일 고척 LG 트윈스전에서 왼쪽 내전근 부분 파열로 최소 6주 이상의 재활 소견이 나왔고 6월 16일 웨이버 공시됐다. 대체 외국인 선수 제도가 없어 갈 길 바쁜 당시 키움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당시 키움은 "정규시즌 전반기 일정이 한 달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팀 순위를 끌어올려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그런 만큼 외국인 투수의 장기간 부재로 생기는 전력 공백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키움도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지난해 6월 24일 고척 두산 베어스전에서 아내 케일라와 두 자녀 워스, 본 등 가족들과 함께 요키시를 초대해 사인회를 열고 경기 후 응원단상에서 팬들과 만남의 시간을 마련했다. 당시 요키시는 "한국에서 모든 순간이 특별했다. 가족들도 한국 생활을 즐겼고 정말 인상 깊었다. 히어로즈는 물론이고 KBO 리그, 한국까지 모든 게 좋았다"면서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누군가에게 열심히 했고 누구보다 팀 승리에 공헌했고 KBO 발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 선수로 기억된다면 영광일 것"이라고 마지막 인사를 남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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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요키시(왼쪽에서 3번째)가 지난해 고척 두산전에서 가족들과 함께 응원단상에 올라 팬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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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팬들이 지난해 고척 두산전이 끝나고도 에릭 요키시와 마지막 인사를 위해 남았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당시 팀 동료 김혜성의 "내야수로서 요키시는 최고의 투수였다.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말에 요키시는 "당장은 특별한 계획이 없다. 다만 절대(Never)라는 말은 없다. 미래를 단언하지 않겠다"고 답하며 여운을 남겼다.

그랬던 그가 지난달 2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다시 한국 땅을 밟았다. 브랜든 와델(30)의 대체 외국인 선수를 찾기 위한 두산의 요청 때문이었다. 두산은 지난달 27일 왼쪽 어깨 견갑하근 부분 손상으로 이탈한 브랜든을 교체하기보다 기다리는 쪽을 선택했다. 브랜든은 2022년 KBO 리그에 첫발을 디딘 후 통산 3시즌 간 43경기 23승 10패 평균자책점 2.98로 1선발급 활약을 보여주던 외인이었다. 올해도 부상 전까지 14경기 7승 4패 평균자책점 3.12로 두산에서 가장 꾸준한 선발 투수였고, 그를 대체할 외국인 선수는 쉽게 찾기 어려웠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6월 30일 잠실 SSG 랜더스전을 앞두고 "브랜든의 대체 외인을 구하고 있기 때문에 단기 6주 계약만 생각하고 있다. 현재 브랜든의 회복이 빠르다고 들었다. 복귀까지 6~7주 정도는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처음 대안으로 떠오른 건 KBO 최초 대체 외국인 선수인 시라카와 케이쇼(23·SSG)였다. 시라카와는 지난달 SSG가 내복사근 부상으로 이탈한 로에니스 엘리아스(36)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일본 독립 리그에서 총액 180만 엔(당시 환율 기준 약 1570만 원)에 영입한 우완 투수다.

영입 후 5경기 2승 2패 평균자책점 5.09, 본인이 긴장했다고 밝힌 7일 부산 롯데전 1⅓이닝 8실점(7자책) 경기를 제외하면 평균자책점 2.49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면서 SSG에 역대급 고민을 안겼다. 엘리아스가 재활 경기 2경기에서 최고 시속 149㎞의 빠른 공을 과시하며 복귀 준비를 마쳤기 때문. KBO 규정에 따르면 SSG는 시라카와의 6주 계약 만료일인 7월 4일까지 두 사람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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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카와 케이쇼. /사진=SSG 랜더스 제공


두산은 지난달 21일 인천 NC전에 관계자들을 파견해 직접 시라카와의 경기력을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경기에서 시라카와는 6⅓이닝 1사구 10탈삼진 2실점으로 KBO 데뷔 후 최고의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그러나 시라카와만 기다리기에는 변수가 많았다. SSG의 선택을 기다리고 웨이버 공시 과정을 거쳐야 하는 데다 궁극적으로 일본프로야구(NPB) 지명이 목표인 시라카와가 KBO 리그 잔류를 원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 이미 외국인 투수의 부상과 부진으로 지친 두산은 최악의 경우까지 대비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 대안 중 하나가 요키시였다. 약 1년 만에 연락이 닿은 요키시는 소속팀도 찾지 않은 채 절치부심하며 KBO 리그 복귀를 조용히 준비하고 있었다.

이 감독은 "요키시가 (지난해 방출된 후) 소속팀 없이 개인적으로 준비했다고 들었다. 본인 말로는 소속팀이 있으면 (구단 간) 바이아웃 문제도 있고 여러 생각을 한 끝에 팀에 있는 것보다 개인 운동이 좋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한국에 들어올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SSG가 7월 1일까지 시라카와의 거취를 결정하기로 하면서 두산의 선택도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두산 관계자들은 전날(30일) 오전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요키시의 투구를 지켜봤고 이 감독에게도 보고서가 올라갔다. 요키시의 퍼포먼스가 기대 이상이었다면 시라카와가 풀리더라도 두산행은 장담할 수 없다.

이 감독은 "요키시가 본인 스스로 준비를 잘했다고 하더라. 일단 SSG의 상황을 봐야 할 것 같다. 시라카와 선수가 일본으로 돌아간다고 할 수도 있고 6주 계약이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그렇게 넓지 않다. 여러 가지 대비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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